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만약, 내가 죽는다면 제발, 이것만은 잊지 않길 바란다.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상처를 입혀도 결코 자기 자신은 구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 드라마 인간실격 中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은 <유미리>의 책에서 간간히 접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유명한 극작가이며 소설가이기도 한 유미리라는 작가의 팬이었기 때문에, 유미리가 다자이 오사무를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았을 때 -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는 단순히 궁금하다 정도였는데, 절친한 친구로부터 다자이 오사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꼭 그의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만나보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자살했다. 살면서 몇번이고 죽으려고 했다고 한다. 인간실격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내용이다. 그의 자전 소설이기도 한 인간실격을 읽으면, 다자이 오사무가 살아 있을 때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에게 삶이란 고통이었다. 부유한 집안, 뼈대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부르주아에 속했으나, 그러한 삶 자체를 거부했으며 부르주아 계급에 속해 있다는 것에 어떠한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빈부 격차에 의해 알게 모르게 신분의 격차가 생기고 그러한 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어떤 증오를 느꼈던 것이리라.



그가 소설가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그는 집에서 거의 내쫓기다시피 했고, 스스로도 집을 떠나 다시 돌아가지 않았고, 고아처럼 홀로 살았다. 자살한 사람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지금도 다자이 오사무를 일본에서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는다. 그의 대표작이랄 수도 있는 인간실격은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었다.


                             

사진 : 일본 드라마 - 인간실격.


드라마는 왕따와 학교 폭력 등을 주제로 밀도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갔고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역시 원작 소설과 같이 내용이 어두워 다 보고 나면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이를테면 자살하고 싶어진다던지, 모든 인간을 불신하게 된다던지 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 역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을 읽었을 때 이와 비슷한 후유증으로 몇개월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소설을 소개하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고나 할까. 진정 인간 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 나는 진짜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의 껍질만 쓰고 있을 뿐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인간실격과 드라마 내용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부분적인 대사는 비슷한 듯 하지만. 이를 테면 이 글 맨 위의 대사는 원작 소설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약간 다르지만. (번역의 차이인가?) 인간실격은 그의 자전 소설이기 때문에 다자이 오사무의 유년시절부터 성장하고 난 이후의 이야기까지 모두 다루고 있고 - 자살을 여러번 시도하는 부분에 대한 묘사도 나와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다자이가 자살로 생을 끝마치기 전에 쓰여진 작품으로 그가 말기에 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작 소설은 어느 소설가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다룬 것이고 드라마는 일종의 학원물이기 때문에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는 있지만 좀 다르다. (드라마는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피츠 제럴드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겠다. 피츠 제럴드 소설보다 인간실격이 더 진지하고 무겁지만 말이다.



소설에도 나오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다쳐서 불구가 되거나 서서히 병들어 가는 것을 죽음보다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것은 그가 폐의 질환이 악화되어 각혈은 물론, 계단도 제대로 오르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동거 중이던 애인과 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서른 아홉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세계의 위선과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인간 세상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를 증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스스로도 인간인 것에 깊은 환멸을 느꼈던 것이리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처럼, 그것은 그리 강하지 못했던 다자이 오사무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적당히 이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어떤 때는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불행히도 그런 것들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정말이지 하찮은 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익살로 아침부터 밤까지 인간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저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니 뭐니 하는 도덕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것입니다. 인간은 끝내 저한테 그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터득했더라면 제가 인간을 이렇게 두려워하면서 필사적인 서비스 같은 것은 안 해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中>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때 다자이 오사무는 광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오는 고통을 잊기 위해 애인과 자살을 시도하다 자살 방조죄로 수감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방황하다 마약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신 착란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 수감된 일도 있었는데, 이때의 경험은 인간실격에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이제 저는 죄인은커녕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니요, 저는 결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 순간도 미친 적은 없었습니다. 아아, 그렇지만 광인들은 대개 그렇게들 말한다고 합니다. 즉 이 병원에 들어온 자는 미친 자, 들어오지 않은 자는 정상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지요.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호리키의 그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미소에 저는 울었고, 판단하는 것도 저항하는 것도 잊어버렸고, 자동차를 탔고, 여기에 끌려와서 정신 이상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나가도 저는 여전히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이마에 찍혀 있겠죠.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中>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 다른 채로 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 다자이 오사무는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다. 인생에서 패배했다는 의식은 그의 삶을 통째로 갉아먹어버렸고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것은 그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는 사후에도 세상의 부조리와 위선으로 가득찬 세상을 비웃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어떠한 전설로 남게 되었다.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이. 다자이 오사무. 그의 삶은 불행 그 자체였지만, 오히려 지옥 같은 삶에서 마침내 해방된 그는 지금 저승에서 웃고 있지 않을까?

"나는 순수를 동경했다.
무보수의 행위.
전혀 이기심 없는 생활
내가 가장 증오한 것은
위선이었다"

<고뇌의 연감 中, 다자이 오사무>

사진/ * 다자이 오사무 (본명 츠시마 슈지)의 젊었을 때 모습.

by 각설탕 | 2008/03/29 15:03 | 각설탕의 서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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