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운명 같은 거 잘 모르겠지만, 늘 생각하는 게 있긴 해.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 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 없는 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 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 거잖아?"

- 연애 소설 中, 가네시로 가즈키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은 다 기억이 안 나지만, 저 부분에서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라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독특한 세편의 사랑이야기가 실려 있는 단편 소설집 연애 소설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랑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대단한 사랑 예찬론자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병에 걸린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가깝게 지내던 친구 5명을 잃고 부모님마저 잃게 되자,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여자를 내치려고만 하지만, 그는 그녀와 결국엔 연애를 하게 된다. 몹쓸 운명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녀 역시 병에 걸려 죽게 되던가...그녀는 죽었지만, 그는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난 지금 행복해. 내 기억은 그녀만으로 가득하니까. 나를 계란처럼 반으로 탁 깨면, 그녀하고의 추억만 흘러나올 거야.”라고 말하게 된다.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저주 받은 운명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세편의 이야기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커플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여자가 병에 걸리고 나서 남자는 괴로워하게 된다. 자신의 저주 받은 운명 때문에 자신과 가까이 지내던 그녀가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 그런 그에게 그녀는 말한다. "내가 몸이 약해서 그런 것 뿐이야." 라고.

"내가 몸이 약해서 그런 것뿐이야."
"너는 내가 아는 어느 누구보다 강해."
"고마워. 나는, 정말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녀가 희미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좋아하는 사람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슬퍼하면,그런 거 별일 아니야, 내가 있잖아,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지금도 그렇잖아."

"정말?"

"보장해."

- 연애 소설 中, 가네시로 가즈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을까? 어떤 일이 있어도 좋아하는 사람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어떠한 관계로 맺어지고, 그 좋아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주고 받는 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연애라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거겠지. 어렵지만 시도해볼만한 일이라 많은 이들이 사랑이 끝난 후에라도, 또 다시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리라.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연애소설>. 궁금하다면 꼭 만나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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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설탕 | 2008/04/08 13:38 | 각설탕의 서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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